본문 바로가기
일상

나의 국내 식품회사 면접 준비 스토리

by 잘먹는박군 2021. 6. 9.
반응형

 

식품회사 최종 합격 통보를 받자마자 한 가지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쳤다. 

바로 국내 식품회사 면접을 준비하면서 느끼게 된 업계의 특징을 담아 1차 면접과 2차 면접 내용을 기록하는 것이다.

식품산업 공급체인에서 후방 산업(고객과 가까울수록 전방 산업)에 속해 있지만, 어떤 회사보다 수출에 대한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소재 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2가지 면접과 3가지 느낀 점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 실무진 면접 3가지 질문 중 2가지 질문에 대해 솔직하게 모르겠다고 했다.

나는 국내 영업 본부를 희망 직군으로 선택했는데 마케팅·기획·회계 등 직군과 동일한 면접관으로부터 동일한 질문 리스트 중 하나를 선택하여 발표하는 형태로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이 끝나고서야 알게 되었지만, 직무를 기준으로 선발한다기보다는 인문 계열과 이공 계열을 구분하여 적합한 질문을 준 것이었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무역학에 대한 수업을 들은 내가 선택한 질문지는 "금리와 환율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었다. 30분간 준비 시간 뒤 5명의 면접관 앞에서 나는 2가지를 말했다.

 

○ 미국의 금리가 올라가면 많은 투자자들이 미국으로 유입이 되면서 미국 달러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달러 환율이 올라간다.

○ 한국의 기준 금리는 한국은행이 결정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의 의사결정을 참고하여 최대한 동행하고 있다. 

 

이 두 가지 문장을 어떻게 3분 동안 이야기를 할 수 있었는지 지금도 신기하다. 발표가 끝나자마자 왼쪽에서 네 번째 면접관의 빠른 질문이 들어왔다. "지금 미국 금리가 떨어졌는데, 환율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올라간다. 이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당시 이 문장을 2초 만에 말씀하셨던 면접관이 아직도 생생하다. 식은땀 한줄기가 등을 타고 내려왔고 나는 2초간 생각한 후 이렇게 말했다."환율과 금리의 기본적인 관계로 보았을 때 미국 환율이 올라가는 게 맞는데, 솔직히 지금 이런 상황에는 왜 유효하지 않은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2초간 정적이 흘렀다. 네 번째 면접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한국은행의 최근 기준 금리와 미국의 최근 기준 금리 차이가 얼마인가요?" 나는 한국은행 기준 금리만 알고 있었고, 미국은 또다시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2.5초간의 정적 뒤 면접관은 시선을 서류로 향했고 그 이후로 다시 고개를 들지 않았다. 다른 면접관들이 서로 눈치 보다가 두 번째 앉은 면접관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진행한 대외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나는 이미 망했다고 생각했지만, 큰 목소리로 실버 푸드(Silver Food)와 연화식(소화가 편한 음식)이 고령화 시대의 미래 먹거리이며, 서유럽은 예로부터 발효 음식인 치즈를 아시아는 콩 두부 등으로 실버 푸드를 사용했고 다시 각광받는다고 이야기했다. 우리 회사도 이런 방향을 검토하면 좋겠다는 급발진까지 했다. 면접은 끝이 났고 2주가 흘렀다. '합격'이었다. 전혀 기대도 안 했는데 '합격'이었던 것이다.  오픈 카톡과 면접 스터디를 했던 지인들을 통해 최종 면접은 1.5 대 1이라는 이야기가 돈다는 사실을 공유했다. (중략)시간이 흘러 신입 사원 교육 때 4번째 면접관이 사내 문화 교육 담당으로 왔다. 직급은 팀장이었고 앞으로 사옥이 달라서 마주칠 일도 없었다. 그리고 나는 무엇인가 그 팀장님이 불편했다. 그런데 그 팀장님이 나를 불렀다. 그리고 한 마디 하셨다. "내가 너 뽑았어. 모르는 걸 모른다고 이야기해서 집에 보내려고 했는데, 3번째 질문 답변 듣고는 아는 건 잘 말하는 거 보니 솔직하다 생각했어. 운이 좋았어"  라고 하셨다. 나는 술을 먹어도 얼굴색 하나 안 변하는 사람이지만, 거짓말을 하면 얼굴이 빨개지고 몸 전체가 떨리는 사람이라는 걸 과거 여러 차례 면접에서 거짓 답변을 한 직후 면접관의 눈과 표정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말하는 능력이 없었기에 솔직하게 모른다고 이야기했다. 대신 아는 것은 크게 말했다. 지금 생각해도 운이 너무 좋았다. 

 

● 임원 면접은 스피드 퀴즈와 캐치마인드

면접 시간 10분, 면접 질문 3가지로 축약된 임원 면접은 7 대 1의 불리한 게임이었다. 부사장님과 전무님 그리고 상무님이 막내인 회의실에서 가운데 있던 부사장님이 "스피드 퀴즈 합시다"라고 하셨다. 본인의 질문에 빠르게 예, 아니오를 대답하고 짧게 근거를 대라고 하셨다. 질의응답은 아래와 같았다. 그리고 면접이 끝이 났다.

 

○ 주위 사람들이 당신을 착하다 생각하는가

→  주위 사람들에 대한 일들을 잘 기억하다 보니 말은 잘 통하는데 착하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 본인 스스로 당신을 착하다고 생각하는가

→ 거짓말을 안 한다는 점에서 착하다고 생각합니다. 2주 전 실무진 면접 때 2가지 질문이 잘 몰라서 모르겠다고 답변했습니다.

○ 우리 회사를 한 단어로 이야기해보아라

→ 아직 두 번째 만남이라 아는 것이 없습니다. 다만 사옥이 너무 좋고 사내 카페가 너무 좋아서 회사에 다니고 싶습니다.

 

면접이 끝나고 처음 보는 면접자들과 같이 면접 후 썰을 이야기해보았는데, 대부분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스피드 퀴즈와 캐치마인드였다. 어차피 필기시험과 실무진 면접에서 다양한 평가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임원 면접은 평소 어떤 생각과 마음가짐이 있는지 그리고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가와 같은 내적인 부분들을 직관적으로 판단하고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임원 면접이구나라는 느낌이었다.

 

나는 거짓말을 하면 티가 나기 때문에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했고, 정말 운이 좋게 전날 친구들과 인간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것이 있어 신속하게 답변을 할 수 있었다. 어느 책에서 본 글귀가 생각이 났다. 유명 회사 인사팀장은 면접 때마다 스스로 이 일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본다고 한다. 그 사람이 원하는 답변이 무엇인지 기자가 물어보니 이렇게 말했다. "잘한다 못한다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질문을 듣고 바로 답할 수 있느냐를 평가합니다. 내가 내 스스로에 대해 고민을 해보았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이니까요"

 

자기소개서 작성을 위해 '위포O' 이라는 사이트를 이용해 기업분석을 진행했고, 회사와 나의 실낱같은 연결점을 찾기 위해 이틀 동안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식품 외 대외활동 심지어 군대와 관련된 내용이 식품과 관련되어 있는지까지 확인하고 자소서에 적은 노력도 기억이 난다. 결국 면접은 단어 그대로 짧은 시간에 그 사람이 같이 일할 만큼 정직한지 스스로에 잘 아는지를 평가하는 상견례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면접에 대한 나의 생각도 압박이나 분석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공부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반응형

댓글


TOP

TEL. 02.1234.5678 /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